서평

맛있는 인생 : 어느 뉴요커의 음식 예찬

유복나우 2021. 11. 22.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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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맛있는 인생 - 어느 뉴요커의 음식 예찬
저자 : 루시 나이즐리
출판연도 : 2014년


 


저는 음식을 좋아하고, 무언가를 만화로 설명해주는 책을 좋아합니다. 이 책은 제가 좋아하는 두 가지를 조합해놓았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눈길이 갔습니다. 그림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고, 뉴요커의 음식이라니 어떤 음식일지 궁금했습니다. 책이 괜찮지 않을까 해서 들춰보니 박찬일 셰프가 추천사를 써주었습니다. 추천사 내용이 매우 좋습니다. 박찬일 셰프의 칼럼을 신문에서 우연히 읽고 그의 글솜씨에 감탄한 적이 있었던 터라 이 책을 고르는 데에 더는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책의 저자 루시 나이즐리(Lucy Knisley)는 뉴욕에서 태어나, 뉴욕과 뉴욕 근처의 시골 라인벡에서 자랐습니다. 성인이 되면서 시카고 예술대학에 진학해 시카고의 음식문화를 경험했습니다(이건 대학에 진학했기 때문은 아니고, 책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지인의 도움이 컸습니다). 현재는 맨해튼에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저자가 음식과 관련된 본인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쿠키, 정크푸드, 치즈, 피클 등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추억을 가질 법한 음식들이 이야기 소재입니다. 거기에 더해, 여행하면서 먹었던 멕시코 음식, 일본 음식, 크루아상 등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습니다. 저는 한국 사람이니 추억이 담긴 음식이라고 하면 김치, 나물, 볶음밥, 돈가스 같은 것들이 생각나는데, 역시 우리나라와는 음식문화가 완전히 다릅니다. 덕분에 이야기가 더 흥미롭습니다.

 

 

책 초반에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자가 좀 부러웠습니다. 뉴욕을 여행해보고 싶은 데다 식탐이 많은 저로서는 저자가 뉴욕에서 태어난 것이 부러웠고, 저자의 부모님이 모두 미식가인 것도 부럽고, 저자의 부모님 지인 중에 음식으로 유명한 사람이 많다는 것도 부러웠습니다.

 

 

저자의 어머니는 카페와 고급 식료품점을 섞어놓은 곳으로 유명한 딘 앤 델루카의 초기 직원이었다고 합니다. (제가 해외 음식을 잘 모르는 사람인데도 '딘 앤 델루카'는 들어봤어서 신기했습니다.) 또한 뉴욕에서 20년이 넘도록 열리고 있는 요식업계 파티의 초기 멤버였다고 합니다. 덕분에 저자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꽤 훌륭한 음식들을 접했습니다. 물론 저도 어머니가 해주시는 정말 맛있는 요리들을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며 자랐지만, 고급 음식이란 것을 거의 접해보지 못했다 보니 그런 세계가 참 궁금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어릴 때부터 그런 음식들을 경험했다니 부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앞으로 경제적 자유를 이뤄서 미식의 세계로 빠져보는 것이 꿈입니다.

 

 

책은 여러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에피소드가 모두 구성이 좋아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서평을 적기 위해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을 더듬어보니, 저에게는 저자의 음식 경험보다는 저자의 어머니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자의 어머니는 타고난 요리사입니다. 저자의 어머니는 이혼 후에 저자를 데리고 뉴욕을 떠나 뉴욕 근처에 위치한 라인벡이라는 곳으로 갑니다. 뉴욕과는 달리 시골인 그곳에서 홀로 생계를 꾸리고 저자를 키웠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아주 바빴을텐데, 지역 주민들의 애로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파머스마켓을 직접 기획하고 개최했습니다. 이 파머스마켓은 인기를 끌었고, 덕분에 라인벡에 멋있는 레스토랑들이 생기고 트렌디한 상점들이 자리잡았다고 합니다. 라인벡 옆에는 허드슨 강이 흐르는데, 라인벡은 이 허드슨밸리의 예술과 문화 중심지로 발전했습니다. 저자의 어머니가 동네 경제를 활성화시킨 것입니다.



이 이야기에 끌리는 걸 보면 저는 이런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서평을 적다 보니 제가 어떤 적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알게 되는 순기능이 있다는 걸 오늘 알았습니다.


또 이 책을 읽고 나니 저도 언젠가는 음식과 관련된 나의 경험을 글이나 그림으로 풀어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언젠가는 꼭 실현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가서 미국 음식문화를 탐험해보고 싶습니다. 미국에는 파머스마켓이 많다고 하는데 가능하다면 이 책에 나온 라인벡 파머스마켓에도 가보고, 치즈 전문점, 피클 전문점 등에도 가보고 싶습니다.

 


저는 살면서 항상 식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식탐은 늘 과식의 원인이 되어서 저는 지금까지 식탐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또 최근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식탐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식탐이 있으니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기쁨도 큰 것 같습니다. 식탐이 있으니 음식 이야기도 써보고 싶고, 미국 음식문화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꿈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장단점이 있듯이, 식탐도 양날의 검인 것입니다. 절제해서 잘 사용하기만 하면 나의 무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것도 식탐 덕분인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 책에 관해 지극히 개인적인,

시원한 점 : TV가 보고 싶을 때, 대신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외로움과 무료함을 달래줍니다.

섭섭한 점 : 한 권으로 끝나는 게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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